e비즈니스에 대한 올바른 이해
- 아래는 2003년 6월, 물류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
e-비즈니스는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
UN 산하의 표준화 기구인 CEFACT는 e-비즈니스를 ‘제품 및 서비스의 공급자, 구매자, 정부기관 및 기타 협력업체 간에 전자적 수단을 통해 구조화 또는 비 구조화된 업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e-비즈니스는 국내에서도 이미 상당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오래 전부터 팩스나 EDI(전자자료교환), 또는 전자우편 등을 통해 거래자료를 교환, 공유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의 전체 상거래 중 전자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1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2, 산업자원부). 이러한 통계는 전자상거래가 완성되기까지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비즈니스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e-비즈니스는 고정 표적이 아니라 이동 표적이기 때문이다. e-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기대치가 계속 변하는 한편, IT를 포함한 구현기술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실제로 e-비즈니스 구현 목표는 지난 10여 년 동안 EDI, CALS, ERP, B2C, B2B, SCM, CRM, C-Commerce 등의 이름으로 계속 바뀌어 왔다. 최근, 가트너는 RTE (Real-time Enterprise: 기업 전반에서 생기는 예외적 상황들에 대한 파악, 보고, 판단/결정, 집행 과정이 시간적 지체 없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기업)를 e-비즈니스의 새로운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e-비즈니스를 고정된 목표로 보고 이를 쫓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개별 기업이든 한 국가든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한 하나의 최종 목표만을 향해 돌진하기보다는 장기적, 포괄적 비전 하에서 단계적으로 설정된 여러 목표들을 하나하나 가시적인 성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유효한 전략이 된다. 이런 점에서 e-비즈니스는 결과라기보다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e-비즈니스의 목표: 가상기업
많은 전문가들은 e-비즈니스의 최종 목표를 가상기업(Virtual Enterprise)으로 보고 있다. 가상기업이란 상호 보완적인 핵심 역량을 가진 개인이나 기업들이 공통의 목표에 따라 이합집산 할 수 있는 컨소시엄 형태의 조직을 말한다. 가상기업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확장기업(Extended Enterprise)은 주력 기업이 핵심 역량을 가진 외부 기업과 분사나 아웃소싱을 통해 수직적 또는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형태이다.
전통적 기업이 제품의 기획으로부터 설계, 생산, 판매, 유통 등 모든 업무 기능을 기업 내부에 두고 있음에 반해, 가상기업은 핵심 역량만을 갖고 있으면서 필요한 기능들을 외부에서 수시로 모을 수 있는 협력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기업인 Dell 컴퓨터, Toyota, Nike 등은 협력 파트너들과 컴퓨터 시스템 및 정보통신망을 이용해서 영업은 물론 제품의 설계/생산 정보들을 실시간 수준으로 교환, 공유함으로써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e-비즈니스는 전통기업, 확장기업, 가상기업 등 조직 형태에 관계없이 공통의 목표를 manageable한 단위로 쪼갠 다음, 각각을 가장 잘 해 낼 수 있는 멤버들이 분담하고 개별 산출물을 다시 목표 지향적으로 종합해 낼 수 있는 업무적, 기술적 역량의 성숙에 따라 완성될 수 있다.
가상기업의 전제 조건: 기업통합
가상기업을 구축,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업통합(Enterprise Integration) 또는 전사적 통합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업통합은 유럽이 그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고 미국이 주도적으로 실행에 옮긴 조직변화 전략이다. 기업통합은 국부적 이해관계만을 고집하는 부문별 사고(“stove-pipe thinking")와 업무방식을 전사적 사고(“enterprise thinking")와 업무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조직의 전략으로부터 구조, 구성원의 역량과 가치관, 조직 문화 등을 변화시키고 관련 데이터, 업무 프로세스, 기술(technology) 등을 통합하기 위한 전략으로 정의된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e-비즈니스의 발전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으나 그 보다는 필요한 데이터의 공유나 업무 프로세스의 연동을 가로막는 제도와 관습, 그리고 ‘부문적 사고’를 ‘전사적 사고’로 전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비즈니스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목표의 달성을 위해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부문간, 정보시스템간의 이질성을 양보와 절충을 통해 극복하려는 조직 문화가 보편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