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雜記-時論

안분지기의 의미

김덕현 2005. 8. 12. 09:54

나는 다음 카페에서 '안분지기'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다. 

안분지기라고 하니까 내 知人 중에서도 청지기, 창고지기 등에 붙어 있는 '지기'가 지킴이라는 뜻인 것처럼 안분지기도 뭐 그런 지킴이 중 하나인 모양이구나 라고 짐작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안분지기(安分知幾)는 중국의 전한시대(?)부터 내려 오는 고시조의 앞 부분으로서 이 시조의 작자는 밝혀 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 시조의 유래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 분이 있으면 좋으련만..) 그 시조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어설프게 토를 붙여 보았는데..)  

 

           安分하면 無辱하고 知幾自閒이라 

       雖 居人世上일지라도 却 是 出人間이라.

 

즉, 분수를 지키면 몸에 욕됨이 없고, 기미 (변화가 시작될 조짐)를 알면 마음이 저절로 한가하다.

(이렇게 한다면) 비록 사람들의 세상 (즉, 俗世)에 살고 있을지라도 이것이 오히려 속세를 떠난 삶이라 할 수 있다. 

 

요즈음 같이 어지러운 시절에 분수를 지킨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내 주제를 제대로 알기도 어렵지만 안다 한들 부는 바람 속에서 그것을 지켜 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미란 凡人으로서는 쉽게 잡아 내기 어려운 것이다. 한치 앞을 몰라서 자주 후회할 일이 생기는데..

 

속세에 살든 속세를 떠나든 그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그저 분수를 지킴으로써 내 자신을 편안하게 함은 물론 주위에 있는 동 시대인들에게 누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고, 변화의 조짐을 조금이나마 먼저 알아 차려서 후회할 일이 줄어 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