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경영

융합 경영,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김덕현 2009. 7. 16. 14:30

 

아래는 제가 몸 담고 있는 세종사이버대학교의 웹진, 누리마루 9월호에 게재하기 위해 쓴 기사입니다. 

'융합 경영'이라는 용어 자체가 뜬금 없는 것일 수도 있는 시점인데 제 소견을 정리해 본 것이니 여러분의 조언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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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은 기업의 목표를 정하고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과 접근방법 즉, 계획을 수립한 후 필요한 자원을 확보, 배치해서 목표를 달성하도록 실행, 조정, 통제하는 제반 활동들을 가리킨다. 학문으로서의 경영학은 그 뿌리를 BC 6세기 춘추시대의 손자병법이나 18세기 중반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에서 찾을 수도 있으나 20세기 초반, 즉 테일러 (Taylor)의 과학적 관리론, 페이욜 (Fayol)의 관리과정론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후 지금까지 근 100년 동안, 경영학은 인사/조직, 마케팅, 재무/회계, 생산관리, 국제경영 등 분야에서 이론적 발전을 계속해 왔음은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 환경의 변화와 시장/고객의 욕구 변화, 그리고 신기술의 등장에 따라 여러 가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다. 예를 들면, 1950년대의 계량경영, 1970년대의 MIS (경영정보시스템), 1980년대의 품질경영, 그리고 1990년대의 전자상거래 또는 e-비즈니스가 그것이다. 2000년대에 나타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유비쿼터스 IT (정보기술)를 이용한 유비쿼터스 경영 (또는 u-비즈니스), 환경오염이나 에너지 고갈에 대응하기 위한 녹색 (또는 그린) 경영, 그리고 종래의 IT는 물론, 나노, 바이오, 콘텐츠, 로봇 등의 신기술과 더 나아가 문화예술, 감성 등의 이슈를 경영에 접목한 융합 경영 등을 들 수 있다.

 

융합 (融合, convergence)이란 (여러 가지가) 녹아서 하나가 된 것을 말한다. 이는 특히, 여러 가지 이질적 요소들이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통해 본래의 요소들이 가진 기능/성능보다 훨씬 더 좋은,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현상을 가리킨다. 융합은 자연계에는 본래 존재하는 원리이며, 1940년대에 국방, 통신 산업 등을 중심으로 발전한 시스템 이론/공학에 실현된 기법이고, 복잡하고 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적용하는 학제적 (interdisciplinary) 접근방식이나 지식의 통합을 의미하는 통섭 (統攝, consilience)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융합의 결과, 고객 또는 소비자들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된다. 예를 들면, (10~20년 후에 실현되겠지만) 알약 크기의 초소형 로봇이 인체에 들어가서 질병의 원인을 진단하고 필요 시 수술도 해 주는 서비스는 IT, 바이오/ 나노/ 로봇 기술 융합의 결과이며, 차량, 도로, 가로등, 건물, 또 건물 내의 각종 설비, 장비, 센서, 컴퓨터 등이 보이지 않는 통신망으로 연결됨으로써 보다 쾌적하고 편리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 주는 u-City는 IT, 전자, 기계, 건설 등 산업 융합의 결과이다.

 

‘융합 경영’은 아직까지 보편화 된 용어/개념은 아니지만, 최근 학계, 연구계의 일각에서 ‘융합 기술, 융합 제품/서비스, 융합 산업 등에 대한 경영’이라는 의미로 쓰기 시작했음을 볼 수 있다. 융합 경영을 필자는 여러 가지 신기술 (즉, 정보/ 바이오/ 나노/ 콘텐츠/ 로봇/ 환경 기술 등)의 융합, 제품/서비스 내지 산업의 융합 등을 통해 기업과 고객의 가치를 혁신하기 위한 전략과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체제로 정의한다. 융합 경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경영학 이론 및 기법에 대한 이해는 물론, 여러 가지 신기술을 가치혁신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혁신 대상인 기존 제품/서비스와 프로세스 등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또한, 종래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담당하지 못했던 고도의 창의력과 감수성, 그리고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융합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21세기 기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종래의 제품/서비스와 업무 방식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들은 제품/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기대 상승, 경쟁의 심화, 원자재 가격 인상, 인건비 상승, 환경 보호에 대한 사회적 압력 가중, 신기술의 급격한 발전 등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압박 속에서 기업이 최소한 생존하고 나아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란 한 마디로 경쟁자보다는 더 효율이 높은 방식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기업활동 전반을 혁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혁신 수단 중 하나인 융합은 개별 기술/제품/서비스/산업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의 성공적 도입과 적용을 모색하려는 융합 경영의 가치가 큰 것이다.

 

2009년에 발표된 현 정부의 산업 정책은 3대 분야 17개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하는 것인데 그 기반은 곧 기술, 산업의 융합이라 할 수 있다. 즉, 융합 관련 기술과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융합 경영은 이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혁신적 경영 기법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기업의 경영자나 실무자들은 시급히 융합 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그 동안 여러 가지 패러다임이 생장소멸되었지만 융합 경영은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는 커다란 흐름 (‘메가 트렌드’)이 될 것이다.

 

2009년 7월 15일, 김덕현 교수

 

(주) 신성장 동력 산업, 3대 분야 17개

 1. 녹색기술산업 (예: 신재생에너지, 그린수송시스템, 첨단그린도시)

 2. 첨단융합산업 (예: IT융합, 로봇응용, 신소재, 바이오제약)

 3. 고부가서비스산업 (예: 헬스케어, u-러닝, 녹색금융, 생태관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