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융합경영 블로그를 열면서

2005년 6월, 제 자신이 가진 짧은 생각들은 물론, 연구와 강의를 위해 모으는 자료들 중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나눌 만한 것들을 올리기 위해 '정보경영 (IT Management)'이란 이름의 블로그를 만든지 만 4년 5개월이 되었습니다. 늘 부지런하게 삽니다만, 내글이든 남의 글이든 자주 글을 올리지도 못했고 제 자신의 역량에 비해 알고 싶은 것이 많다 보니 깊이가 부족해서 특별히 의미있는 지식들을 올리지도 못하면 지낸 세월이었음을 반성합니다. 

 

정보경영이란 제목은 지난 30여 년 동안 주로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연구와 강의, 그리고 실무를 해 왔던 제 입장에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선/후배나 동료들에게 그 많은 buzzword 즉, 시간이 지나면 없어져 버리는 잡다한 용어들에 휘둘리지 말고 큰 흐름을 찾아 가자는 뜻에서 붙인 것이었습니다.

1940년 대 중반에 등장한 컴퓨터가 단순한 계산기였다면 1970년대 이후의 컴퓨터는 조직의 경영관리 나아가 생산 활동을 돕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함은 물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라 컴퓨터와 컴퓨터가 연결되어 보다 큰 일을 하게 되었고 조직의 분산 내지 분권화에도 기여했습니다.

1990년대 초반, 누구나 돈만 내면 아무 때나 세계 곳곳에 있는 정보/콘텐트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준 인터넷은 개인생활, 기업활동, 정부/공공 서비스 등의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큰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선진국에서는 1990년 대 초/중반부터,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각광을 받아 온 유비쿼터스 정보기술 (u-IT)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지능화 된 사물과 센서 등을 활용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 (예: RFID를 이용한 미아찾기, 생산 공정이나 물류 추적, 유비쿼터스 홈, 유비쿼터스 도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컴퓨터의 소형화, 지능화, 저가격화와 정보통신망의 광대역화, 초고속화 등에 따라 이와 같은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입니다. 

 

최근, 사회 곳곳에서 융합 (convergence)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고 국가 차원에서 융합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교육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융합의 의미와 흐름에 대한 제 소견은 별도 자료를 통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만, 융합은 한 마디로 각각 발전되어 온 기술, 제품/서비스, 나아가 사고와 문화 등을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 과정을 말합니다. 비빔밥처럼 여러 가지 재료들이 섞여서 만들어 내는 새로운 맛, 또 시간과 장소에 따라 재료를 섞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천 가지, 만 가지의 맛을 낼 수 있는 비법이 바로 융합인 것입니다. 융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오늘날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개별 지식이나 기술만으로 풀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모아서 풀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구요. 한편, 인류 역사의 발전과정을 살펴 보면 르네상스 이전에는 사실 상 '하나'였던 지식과 학문이 산업혁명 이후 세분화 되고 전문화 되었는데 그 한계가 드러나자 이제 본래의 큰 지식으로 돌아 간다는 의미도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경영기법의 발전 과정 측면에서 보면, 1990년 대 초반 이후의 경영은 정보기술(IT)을 활용해서 디지털 화 된 정보를 유통함으로써 기업활동을 혁신 하는 데 초점을 둔 '정보경영'이라 말할 수 있고, 2000년 대에 들어 와서는 IT 뿐만 아니라 센서, 지능적 사물 등이 부가된 u-IT를 활용해서 기업을 혁신하는 데 초점을 둔 '유비쿼터스 경영'이라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 동안 사회 혁신의 큰 원동력이었던 IT는 물론, 바이오 (BT), 나노 (NT), 인지과학 (CS: Cognitive Science) 등의 신기술과 자연과학 및 인문과학의 폭 넓은 결합을 통해 기업을 혁신해 가는 노력을 이제부터 '융합경영'이라 부르자는 게 저의 제안입니다.

 

아직은 탐구해야 할 것이 무척 많은 단계입니다만, 융합경영의 개념 정립과 이론 및 기법 발전, 실제 기업 적용 등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 동안 '정보경영'이란 제목의 블로그를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 드리구요, '융합경영'으로 명칭 변경된 이 블로그에 대해서도 많은 성원 부탁 드립니다.

 

2009. 11. 5

 

김덕현 교수

세종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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