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받은 다산연구소의 뉴스레터에서 한국정경연구소 대표 선경식 선생의 다음과 같은 글을 읽었다. 즉, '용어의 혼란은 개념의 혼란을 가져오고 개념의 혼란은 판단의 혼란을 가져온다. 또 판단의 혼란은 행동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새로운 학문이나 기술, 사상 등을 접하게 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용어(terminology)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한다. 용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 한다면 선경식 선생께서 지적하신 것과 같은 폐단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서도 늘 '비즈니스는 뭐고 e비즈니스는 뭐지?', '기능(function)은 뭐고 프로세스(process)는 또 뭐지?', 유비쿼터스(ubiquitous)에 대해 너 나 할 것 없이 이야기 하는데 'e비즈니스와 u비즈니스는 어디까지 같고 어디부터 다른 거지?' 하는 것 등의 혼란을 보게 된다.
개념(concept)이란 국어사전에 의하면 '어떤 사물에 대한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지식이나 관념'을 말한다. 나는 이를 일련의 용어들이 모여서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따라서, 용어가 부정확하게 정의되는 경우 올바른 개념의 이해나 전달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나의 개념 속에서 여러가지 용어들은 적절한 관계 내지는 역할 (예: 목적과 수단, 주체와 객체)을 갖게 된다. 따라서, 하나의 개념은 용어들의 단순한 집합, 그 이상의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e비즈니스를 정의할 때 흔히 동원되는 인터넷, 웹, 상품/서비스의 구매/판매, 협업(collaboration) 등의 용어가 동원되는데 e비즈니스는 그런 표면적인 의미 외에도 기업 (또는 정부)의 혁신전략 중 하나라는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문제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서 용어의 혼란이 생기면 개념의 혼란이 생기고 그 결과 집단적인 판단과 실행 상의 혼란이 야기된다. 선경식 선생은 수구와 보수, 개혁 등의 용어에 대한 혼란을 지적하셨는데 나는 그것 외에도 사회 전반에 널려 있는 용어-개념의 혼란과 그로 인한 시행착오를 너무나 많이 보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도 국어 교육이 올바로 되어야 하지 않을까? 또, 많은 신세대들에게 이제는 남의 글과 문자가 되어 버린 한문 교육을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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