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와 신문 등에 일부 사이버대학교의 부실한 학사관리 즉, 출석 미달 학생이나 시험 불참 학생에 대한 학점 인정, 정원을 초과한 학생 모집, 심지어는 학교 예산의 불법 전용, 시설 미비 등 문제점이 보도된 바 있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5월 중순부터 7월까지 국내 17개 사이버대학교에 대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도한 것인데 사이버대학의 본질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층 분석과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인 것이 유감이다. 그로 인해 사이버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우수한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사이버 교육 종사자들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사이버대학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난 5년간 긍정적인 성과를 이룩한 것도 많다고 본다.
사이버대학의 특성과 현실
사이버대학(또는 원격대학)이란 평생교육법에 의거해서 설립된 2년제 또는 4년제 정규 대학으로서 수업, 시험 등 대부분의 학업이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기관이다. 2001년 초에 9개 대학이 6천여 명으로 시작한 사이버대학에는 2005년 현재 약 35,000명이 재학하고 있다. 사이버대학 학생의 70~80%는 30대 전후의 직장인으로서 학사 학위 취득은 물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 획득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사이버대학은 원격교육이라는 차별화 된 교육 방식을 적용하는 기관이라는 점 외에는 ‘평생교육 시설이면서(법적 근거) 고등교육 기관(실제)’이 되어야 한다는 어려운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 즉, 사이버대학은 온라인이라는 강점의 이면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온라인의 제약 (예: 비대면 교육, IT 기술 의존성)을 극복하고 평생교육이 필요로 하는 유연성, 다양성, 실용성을 제공하면서 일반 대학과 동일한 학사관리를 통해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교육기관이 되어야 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많은 상태라는 말이다.
사이버대학의 본질적 문제점
사이버대학이 내 보이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아직은 충분치 않은 교육 수요에 비해 공급기관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각 대학의 재정 자립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수요가 부족한 이유 중 하나는 고등학교 내지는 전문대 졸업자로서 대학교육을 필요로 하는 절대 인구는 많지만 사이버대학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교육 효과에 대한 부분적인 불신도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낮은 재정 자립도는 곧 불충분한 투자로 이어진다. 즉, 일반 대학에 비해 오히려 더 많은 초기 투자가 필요한 온라인 교육설비와 콘텐츠의 확보, e러닝 시스템 및 기법 개발, 온라인에 적합한 학사관리 제도 (예: 수업운영, 시험, 맞춤식 교육) 개발, 학생에 대한 부가 서비스 개발, 교수자의 양적 질적 확대 등에 대한 투자 부족이 그것이다. 사이버대학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대학마다 광고/홍보비를 늘이고 있는 것도 그러한 문제를 더욱 더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이버대학의 긍정적인 측면
지난 5년간 사이버대학은 적어도 다음과 같은 성과를 이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다양한 계층의 성인들에게 대학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의 강점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교육을 통해 근무시간이 불규칙한 직장인이나 주부, 훈련이 많은 현역 군인, 오지나 벽지 거주자, 장애우, 해외 파견자 등이 교육 기회를 얻고 있다. 또한, 일반 대학(즉, 오프라인 대학)의 1/3 수준인 학비로 인해 경제적 약자들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미국의 사이버대학은 일반 대학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수업료를 받고 있다.) 둘째는 직장인들에 대한 효과적인 재교육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이버대학의 교과과정이 일반 대학에 비해 실무지향적이며 교과과정은 물론 교육 콘텐츠를 신속하게 업데이트 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학위 취득과는 관계없이 ‘two jobs', 승진/전직 등을 위한 재교육 희망자들이 늘고 있다. 이는 곧 기업이나 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는 (물론 아직은 보편화 된 것은 아니지만) 종래의 교육 방식에 대한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강의실 내에서 이루어지는 일방향의 수업과는 달리 온라인을 통한 활발한 상호작용(예: 질문답변, 토론,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실효성이 높은 교육이 되고 있다.
사이버대학의 선진화 방안
‘해외의 사이버대학들은 사이버 교육의 교육적 특성에 부합하는 대학의 조직 및 학사 운영, 오프라인 대학에 뒤지지 않는 양질의 교육, IT 기업 등 기업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연계 운영, 교수 확보 및 재정 등에 있어 안정적인 운영을 바탕으로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격대학발전방안연구, 교육인적자원부, 2003년)
우리도 사이버대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 수요 촉발을 위한 대학별 특성화, 학생과 교수의 숫자나 시설 규모 등 양적 기준보다는 교수와 학생간의 상호작용과 학습 성과 등에 대한 질적 기준을 통한 관리, 재정 자립도 향상을 위한 대학의 자구 노력과 정부 지원, 그에 따른 교수, 직원, 콘텐츠, 시설, 학사관리제도, e러닝기법 등에 대한 투자 증대를 통해 사이버대학이 진정 21C의 바람직한 교육 모델로 정착되도록 발전시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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