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머니투데이 (www.mt.co.kr)의 대학경제 (ubiz.mt.co.kr) 섹션에 2012년 2월호부터 월 1회 (총 6~7회) 게재될 시리즈 기사의 첫 번째 글입니다.
------------
1. 융합과 기업의 가치혁신 (머니투데이, 2012년 2월호)
융합 (또는 컨버전스, 퓨전)은 적어도 지난 5~6년 동안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부처 및 관련 기관, 학계/연구계, 기업체 등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논의되어 왔다. 2008년 11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발표한 ‘국가 융합기술 발전 기본계획’을 기점으로 다양한 정부 정책이 발표되었고 2011년 10월에는 산업융합촉진법이 발효됨으로써 융합은 이제 국가 산업경제 정책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경제활동의 주축인 기업 쪽을 보면,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실제로 ‘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융합’이라는 용어보다는 ‘신(수종) 사업’ 또는 ‘신성장 산업’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중소기업들은 ‘융합’ 자체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나의 용어/개념은 이와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이 그 의미를 서로 이해, 공감해서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할 때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인데 융합은 아직 그런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왜 그와 같은 현상이 생겼을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융합이라는 단어에는 현재 두 가지 의미 즉, (1)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 수준의 융합(퓨전)-즉, 두 가지 이상을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것-과 (2) 2000년 대 초반 이후, 미국, EU 등의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기조가 된 융합(컨버전스)- 즉, 나노/바이오/정보기술과 인지과학, 나아가 철학, 인문학 등 기술 내지 학문/지식의 새로운 결합-이라는 의미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화합, 결합, 활용, 적용 등 보다 적합한 용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융합이란 단어를 오용 내지 남용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 것이다.
융합에 대한 논의에 앞서서 새삼스럽게 용어 자체의 의미를 거론하는 것은 필자와 이 글의 독자 간에 존재할 수 있는 인식의 괴리를 좁혀 두고자 함이다. 기업 입장에서 융합은 모든 기업이 오랜 동안 추진해 온 혁신(innovation)의 새로운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종래의 혁신이 한 가지 기술에 의존해서 한 가지 대상 (예: 공정/프로세스, 제품/서비스)의 가치를 높이고자 한 것이었다면, 융합은 두 가지 이상의 기술을 새롭게 결합해서 다양한 기업자원에 적용함으로써 보다 더 큰 시너지를 얻고자 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존하는 모든 기업들은 이미 융합을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본질을 헤아려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혁신은 사전적으로는 ‘사물, 생각, 진행 상황 및 서비스에서의 점진적 혹은 급진적 변화로서 소비자 및 생산자의 가치가 증대된 것’을 의미한다. 혁신을 슘페터 (J. Schumpeter)는 제품/서비스, 생산방식, 조달원/납품업체, 경쟁방식 등에 대한 변화로, 포터 (M. Porter)는 기술, 업무방식, 제품, 공정, 마케팅, 유통 등에 대한 변화로 설명한 바 있다. 포터는 특히, 혁신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뿐만 아니라 조직적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에 의해 촉진될 수 있다고 했다. 조직적 학습이란 예를 들면, 고객, 소비자, 협력업체 등과 집단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 같은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혁신은 특정 기업의 기술, 공정/프로세스, 제품/서비스, 시장 등을, 나아가서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체계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혁신은 기술 측면에서는 신제품이나 공정에 적용하기 위한 신기술의 R&D를 통해, 경영관리 측면에서는 조직/사업의 구조조정, 설계/생산이나 사무작업의 자동화, 전사적 품질경영, 6 시그마 등의 방법론을 통해 추진되어 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서 R&D 측면에서는 종래의 폐쇄적 방식이 아닌 C&D (Connect and Develop)나 A&D (Acquire & Develop) 같은 개방형 혁신 (Open Innovation)이, 경영관리 측면에서는 인터넷/웹 기술을 활용한 e-비즈니스와, 센서, 내장형 또는 초소형 컴퓨터, 무선 통신망 등을 활용한 유비쿼터스 비즈니스 등이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개방형 혁신은 UC 버클리大의 체스브로(Chesbrough) 교수가 처음 제안한 것으로서 기업의 내부와 외부 간 경계를 낮춤으로써 외부 지식의 내부 활용 및 내부 지식의 외부 활용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C&D 즉, 협업개발은 P&G사의 개방형 혁신 모델이며, A&D는 필요한 역량을 가진 기업을 인수해서 개발하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혁신의 또 다른 유형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 (BMI: Business Model Innovation)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기술이나 제품/서비스에 대한 혁신을 넘어서 비즈니스 모델 즉, 목표 시장, 유통채널, 판매방식, 생산방식, 협력 파트너, 적용 기술, 가격정책, 원가구성 등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구성요소의 일부 또는 전부를 혁신하는 것을 말한다. IBM과 BCG의 조사에 의하면 BMI는 기술혁신이나 제품혁신보다 2배 이상의 성과를 내며 더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출처: IBM Global CEO Study, 2006; BCG Innovation Survey, 2008).
결론적으로 융합은 모든 생존하고 있는 기업이 추진해 온 혁신의 하나일 뿐이므로 융합 자체를 어렵고 복잡한 용어/개념으로 받아 들이거나 밀쳐 두기 보다는 지금까지 수행해 온 혁신 노력 중 하나로 수용할 것을 제안한다. 다만, 융합을 추진하는 데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접근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융합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융합과 기업혁신(3)- 공정혁신 (0) | 2012.06.25 |
---|---|
융합과 기업혁신(2)- 기술혁신 (0) | 2012.06.25 |
[펌] 서평: Leading the Revolution, 비즈니스 모델 혁신 (0) | 2012.02.09 |
KT, POSCO의 융합경영 (0) | 2011.01.09 |
'기술+경영' 교육의 중요성 (0) | 2010.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