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스템

정보공유와 프로세스 통합의과제

김덕현 2005. 6. 21. 16:11

- 아래는 2003년 10월, 물류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각종 정보시스템의 구현 목표를 두 가지의 키워드로 압축한다면 정보 공유와 프로세스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세스란 문서의 기안/결재, 은행 대출, 상품 구매 등과 같이 순서가 있는 활동들로 구성된 업무의 단위를 가리킨다.) 전자(상)거래를 추진함에 있어서 이들 목표는 어디까지가 ‘필수’이고, 또 ‘선택’이라 할 수 있을까?


정보 공유의 의미

   정보의 교환(exchange) 내지는 공유(sharing)는 둘 이상의 개인이나 조직체가 함께 일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예를 들면, 기업과 기업간에 물품을 구매/판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구매요청서, 계약서, 납품서 등의 문서(정보)의 교환이 필요하고, 하나의 제품을 공동 개발,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품 컨셉에 대한 문서는 물론 설계도면, 제작 장비나 설비 등에 대한 정보와 판매 전략 등에 대한 정보의 공유가 필요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 동안 추진되었던 미국 국방부의 CALS (Continuous Acquisition and Life-cycle Support1): 무기체계 획득과 군수지원의 일관화 전략이면서 이를 지원하는 정보시스템)는 국방부와 방위산업체 간의 정보 공유에 초점을 둔 정보화 전략이다. CALS의 전략 부분은 7가지의 세부 목표 즉, 조직문화, 교육훈련, 예산, 규정 및 지침, 추진조직, 기술, 프로세스 등을 포함하고 있다. 즉, 정보 공유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CALS의 정보시스템 부분은 문서/도면 등 자료에 대한 표준(예: SGML, IGES, EDI)을 지원함으로써 정보를 제공하는 쪽과 이를 활용하는 쪽 사이에 놓아야 하는 다리(즉, 경로)의 수를 줄이는 것이 주안점이었다. 표준이 없다면 (m x n)개의 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표준을 설정해 둠으로써 (2 x m)개의 다리만 있으면 된다는 경제 논리를 따른 것이다.


프로세스 통합의 의미

   프로세스 통합이란 기업 내부는 물론 기업간에 수행되는 프로세스들이 끊김이 없이(end-to-end) 이어져서 여러 가지 업무들이 물 흐르듯이 처리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전자(상)거래를 구현함에 있어서 ‘정보 공유’가 초등학생 수준의 과업이라면 ‘프로세스 통합’은 중학생 내지는 고등학생 수준의 과업이 된다. 왜냐 하면 첫째, 프로세스는 정보에 비해 표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은 대상이고2) 둘째, 프로세스는 정보에 비해 경영환경 변화에 쉽게 영향을 받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셋째, 프로세스는 정보처럼 상당 부분을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이를 처리하는 사람들의 의도나 관습이 배어 있는 복잡한 표현 형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교적 동질성을 갖고 있는 특정 기업의 내부 프로세스를 통합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이질성이 큰 기업 간 프로세스를 통합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언제쯤 가능한 일이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 된다.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를 놓고 최근, 비즈니스 프로세스 관리 (BPM: Business Process Management)라든지, 로제타넷, ebXML 등 프로세스를 통합하기 위한 기술의 체계화와 산업/국제 표준 제정을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가트너는 Real-Time Enterprise (실시간 수준의 기업)라는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기업 내/외부 프로세스의 이음새 없는(seamless) 통합이 곧 경쟁력이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필수이면서, 또 선택의 문제

   전자(상)거래의 구현이 디지털 경제로 전환해 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제 상당한 공감대가 만들어 진 것으로 본다. 다만, 전자(상)거래가 완성된 최종적인 모습은 아직까지 아무도 본 바가 없기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보다는 좀 더 디지털화 된 다음 단계 내지는 그 다음 단계의 모습을 미래완료형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상)거래를 구축해 갈 책임을 지고 있는 의사결정자나 실무자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현재보다는 좀 더 많은 정보가 거래당사자들 간에 공유될 수 있도록 하는 일, 그리고 현재보다는 좀 더 많은 업무 프로세스가 기업 내부에서, 또 기업간에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본다. 정보 공유와 프로세스 통합은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표지만 현 상황을 뛰어 넘어서 한 걸음에 도달할 수는 없는 것이기에 일단 다음 단계로 옮겨가기 위한 일의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각주 1) 

CALS는 그 의미가 4단계에 걸쳐서 변천되어 왔으나 여기에서는 3단계의 의미로 소개함.

(각주 2) 

예를 들면, 계약서를 ‘아래 한글’로 작성해서 교환하자는 것에는 쉽게 합의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계약의 순서와 그에 따른 납품/대금지불 방식 등을 하나로 통일하자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특히, 국내 거래도 아니고 국제 거래라면 더욱 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