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 경영

유비쿼터스 사회로의 이전에 앞서서

김덕현 2006. 3. 1. 12:30

유비쿼터스 사회로의 이전에 앞서서

 

(이 글은 지난 1월 말에 한국경제21에 기고한 글인데 4월 중에나 발간될 예정이라고 해서 여기에 올려 둡니다.)


2005년 중에 한국전산원이 실시했던 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60% 이상이 ‘유비쿼터스’라는 단어를 알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아마도 정보통신 분야의 세계 1류 국가를 지향하는 정보통신부의 u-Korea 정책은 물론, 민간업체가 유비쿼터스 기술을 시범 적용한 아파트 광고를 언론매체를 통해 보여 준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유비쿼터스 OO'의 의미는 그렇게 상식적인 것은 아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도처에 존재하는’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로서 그 주체는 종교적으로는 신(神)이, 일반적으로는 컴퓨터가 된다. 따라서, 유비쿼터스 사회란 아직까지는 사무실이나 가정에서만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우리의 생활공간 내에 있는 다양한 장치나 기기 (예: TV, 냉장고, 자동차, 옷, 가로등, 교량 등)에 식재된(embedded) 사회를 가리킨다. 그런 사회는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임의의 네트워크를 통해 쉽게 접근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이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사생활 침해나 범죄가 더욱 더 심각해 진 불안한 사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위험요인에 비해 개인과 기업, 정부 등이 얻게 될 효익(效益)이 훨씬 더 클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관련 기술개발과 적용에 국가 차원의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기술은 (1) 온도, 습도 등 환경이나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sensor), (2) 지능화, 소형화, 저가격화 된 프로세서, (3) 이질적이고 분산된 프로세서 간의 통신(망), (4) 프로세서와 프로세서 또는 프로세서와 사람 간의 인터페이스, 그리고 (5) 보안 등의 기술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기술은 구체적인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로 구현되어 RFID (무선인식), DMB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폰과 같은 유비쿼터스 기기(appliances)로 생산되고 개인, 기업, 정부 등이 활용하는 유비쿼터스 시스템 또는 서비스으로 구축된다. 유비쿼터스 시스템이란 음성, 데이터 등 미디어가 유/무선/위성 통신망을 통해 빠르게 제공될 수 있는 광대역 복합 통신망 (BcN)을 포함하는 플랫폼과 응용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응용 시스템은 예를 들면, 집안의 모든 가전, 통신, 컴퓨팅 기기 등이 하나로 연결되어 집 안팎에서 쉽게 통제할 수 있는 홈 네트워크, 자동 주행, 차량 상태 고지 등이 가능한 지능형 자동차, 자재나 제품에 식재된 컴퓨터 또는 센서 칩을 통해 지능적, 자동적, 무의식적으로 처리되는 물류관리, 재고관리, 판매관리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유비쿼터스 기술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198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전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유비쿼터스 기술은 종래의 정보통신기술(IT)은 물론 생명과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의 융합에 의해 그 유용성이 확대된다. 예를 들면, 몸에 착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배터리를 사람의 운동에너지로 충전한다든지 직경 1mm 정도의 전자 칩에 물품정보와 이를 전송할 수 있는 안테나를 심는다든지 하는 기술이 그 예이다. 이러한 기술은 앞으로 적어도 20~30년 동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가면서 계속 발전해 갈 것이다.

한편, 개인생활이나 기업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기기의 경우는 국내/외적으로 이미 실용화 단계에 들어 선 것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팔목에 부착하거나 입는 휴대용 컴퓨터, 다기능 휴대폰, RFID 태그, DMB 폰, 접기가 가능한 디스플레이 등이 그 예이다. 보다 복합적인 기능을 필요로 하는 유비쿼터스 시스템의 경우는 통신망 인프라와 이질적인 통신망, 컴퓨터, 기기 등을 연동해 줄 미들웨어, 그리고 이와 같은 플랫폼 위에서 고도화, 지능화 된 기능을 제공해 줄 응용 소프트웨어 등이 구비되어야 하므로 실제 사용 단계가 되려면 좀 더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등의 경우도 기업이나 정부 업무에 유비쿼터스 시스템의 적용이 보편화 되는 시기는 2010년대 중반 이후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유비쿼터스 기술은 이를 활용할 기업이나 정부 입장에서는 단순한 수단 이상의 전략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즉, 여러 가지 기술의 융합에 의해 만들어 진 유비쿼터스 기술은 기존 산업의 재편성을 통해 새로운 질서 (예: 방송/통신/교육 등의 융/복합)를 만들어 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나 정부는 유비쿼터스 기술 자체에 대한 연구개발은 물론 이것이 만들어 낼 새로운 서비스 내지는 사업모델의 발굴과 이를 통한 국가/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주는 가능성은 일반적으로 기회인 동시에 위협이 된다. 유비쿼터스 기술은 분명 큰 기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지만, 종래의 IT와는 달리 훨씬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을 요구한다는 점에서는 커다란 시행착오를 범할 위험도 안고 있다. 정부와 민간, 기업과 연구소, 학계 등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장단기적 성과를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