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경영 일반

디지털 기업 생태계 (LG CNS '가치창조'에서)

김덕현 2007. 2. 23. 10:16

 

디지털 생태계 (Digital Ecosystem) 또는 디지털 기업 생태계 (DBE: Digital Business Ecosystem)란 종래의 기업 활동이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사 또는 파트너와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수행되어 온 것과는 달리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발전되어 가는 기업 내지는 산업 네트워크를 말합니다.

 

유럽의 과학기술 개발 프로그램인 FP7 (7th Future Project)을 통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인 DBE는 첨단의 정보통신 기술은 물론,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여러 가지 이론들을 결합해서 기업들이 경쟁과 협업 (collaboration)을 통해 지속적으로 상생하기 위한 모델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은 첨부 파일을 참조하세요.

 

아래 글은 LG CNS의 사외보인 '가치창조' 2007년 2월호에 실린 한양대 장석권 교수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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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생태계’의 도래는 네트워크 구조가 폐쇄형에서 개방형 구조로 전환되고, 생태계 변화의 주도권이 공급자로부터 사용자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IT 생태계 양적 성장의 20년, 그 후

IT는 좁게는 컴퓨터 H/W 및 S/W에 국한되나, 넓게는 정보, 통신 및 미디어의 전 영역을 포괄한다. 일반전화나 이동전화는 물론,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와 같은 인터넷 응용분야도 모두 광의의 IT에 포함된다. 이를 디지털미디어까지 확대하면, 지상파 TV, 위성 및 지상파 DMB, 그리고 IP-TV도 모두 IT 영역에 속하는 기술 또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돌이켜 보면, IT가 일반 사무실과 가정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PC가 개발된 80년대 초였다. 그 후 IT는 인터넷 확산으로 전 세계를 네트워크로 연결하였으며, 90년대 중반 웹의 개발을 계기로 전자상거래, 인트라넷 등 비즈니스 전 영역으로 확대되어 갔다.

 

이 시기에 미국의 인터넷 생태계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모든 벤처캐피털을 블랙홀처럼 끌어들였고, 이는 인터넷기반 IT 벤처의 기업 가치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인터넷생태계는 마치 대폭발을 앞둔 초신성과 같이 내부압력이 급속히 증가하였고, 그 압력은 드디어 2000년 4월 닷컴버블의 붕괴를 가져 오게 된다.

 

체질전환을 위한 암중모색 -디지털 컨버전스

20세기의 마지막 20년이 IT 생태계의 양적 성장을 가져 온 시기였다면, 21세기의 첫 6년은 내용적인 자성을 거쳐 새로운 도약을 암중모색하는 시기였다. 이 시기에 PC 시장은 정체된 반면, 이동단말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였고, 데이터중심의 인터넷은 음성통신영역과 동영상 미디어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한다. 더 나아가 IP 기반의 응용서비스 및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은 수직적으로 계열화된 기업 간을 연결하던 구조에서 이종산업 간, 기업과 공공기관, 기업과 시장을 수평적으로 연결하는 구조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체질전환의 모습을 일컬어, 우리는 ‘디지털 컨버전스’라고 명명하였다.

이 시기에 국내에서는 위성 및 지상파 DMB 서비스, 모바일 뱅킹서비스, 원폰과 네스팟과 같은 유무선 통합서비스가 개발, 출시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디지털 컨버전스의 시도는 세계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잘 갖추어진 초고속인터넷 기반과 함께 디지털 컨버전스의 테스트베드라는 별명도 얻게 된다.

같은 시기에 국외에서는 주목받을만한 두 기업이 출현하는데, 하나는 2005년 9월 225개 국가에 걸쳐 5,400만 가입자를 확보한 VoIP 서비스사업자 Skype이고, 다른 하나는 2006년 11월 타임지에 의해 올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된 동영상 공유사이트 YouTube이다. 이 두 기업은 2005년 10월, 2006년 10월 1년 격차를 두고 2조 6천억 원, 1조 6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으로 각각 e-Bay와 Google에 인수된다.

이 두 사건은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전 세계에 디지털생태계의 대전환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게 된다. 전통적인 폐쇄형 네트워크 구조에 머물고 있던 통신기업의 음성서비스가 개방형 네트워크 구조의 IT 서비스로 전환되고, 방송사나 독립제작사들이 만들어 유통시키던 콘텐츠시장에 손수제작물(UCC)에 의한 사용자의 제작참여, 일명 프로슈밍(Prosuming)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IT 산업 간 연결구조의 변화 또는 IT 신산업의 탄생으로 보지 않고, 이른바 새로운 ‘디지털생태계’의 도래로 보는 이유는 분명하다. 네트워크 구조가 폐쇄형에서 개방형 구조로 전환되고, 생태계 변화의 주도권이 공급자로부터 사용자로 넘어가는 것은 바로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디지털생태계를 주도할 새로운 전략

지구생태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는 서서히 진행되어 감지가 어렵지만, 차곡차곡 누적된 이산화탄소는 결국 지구온난화를 가져 오고, 이는 어느 순간 지구기후의 전반적 양상을 송두리째 바꾼다. 남북극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수 염분농도가 묽어지면서 난류와 한류의 흐름이 바뀌며, 이는 다시 이상기온이나 이상 한파, 예상치 못한 태풍으로 이어진다. 디지털생태계 전략은 바로 오픈 네트워크와 프로슈밍(prosuming)에 의해 일어날 지각변동에 미리 대비함으로써 IT 기업의 비즈니스 성과를 높이고 경제사회전반에 걸쳐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가며, 궁극적으로는 새롭게 형성될 글로벌 디지털생태계를 주도하고자하는 새로운 전략적 접근을 말한다.

디지털생태계 전략이 추구하는 핵심내용은 첫째 IT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산업, 정보통신 기기 및 서비스산업,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산업, SI, NI 및 포털산업, 지자체와 중앙정부, 사회단체 및 소비자 단체, 프리랜서로서의 이용자 등 디지털생태계 참여자 간의 새로운 역할 모델 정립, 둘째 개별개체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번영조건 도출 및 실행, 셋째 디지털생태계 전체의 선순환 성장모델 개발, 넷째 생태계 구성원간의 협력모델 개발 및 높은 투자경제성을 갖는 협력클러스터 형성, 마지막으로 디지털 생태계 공동의 표준기술 및 표준프로세스 확립이다.

그 세부 내용을 보면,

첫째 개방형 표준 아키텍처를 정립하고 이 기반 위에 디지털생태계 참여자간 협력모델을 재구성하여야 한다. 기기산업과 서비스산업, SI/NI산업과 IT응용기업간의 관계는 일명 갑과 을의 폐쇄형 하청관계가 아니라, 공동수익사업을 추진하는 동업자관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open sourcing’에 의한 협력파트너 선정 및 협력파트너와의 ‘profit and risk sharing’ 계약이 그 기초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디지털생태계 참여자는 모두 용역제공사업자라는 인식을 버리고, 플랫폼 제공 사업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내 용역의 대가를 받는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제공한 놀이터에서 함께 벌어들인 수익을 협력파트너와 나누어 갖는다는 생각으로 협력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 실행해야 한다. 향후 디지털생태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손수제작물(UCC)의 경우, 이용자의 손수제작여건을 기술/법제도적으로 잘 마련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이용자와 다시 배분하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셋째 Open API, 오픈 플랫폼, 개방형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 (Service Oriented Architecture), IT 거버넌스는 미래 디지털 생태계 변화를 주도할 대표적 핵심 키워드들이다. IT 서비스 영역에서 국한되어 논의되고 있는 이러한 접근은 IT 서비스 기업뿐 아니라, 정보통신, 방송 및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은행, 건설, 자동차, 문화, 여행 등 모든 IT 응용산업의 비즈니스 접근방식으로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

그리고 적용과정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 이종 산업계층과 영역 간 정합성을 높이는 노력을 함께 경주해야 한다. 우리 IT 산업의 미래는 앞선 디지털 컨버전스 기반을 바탕으로 우리가 얼마나 빨리 디지털생태계 전략으로 전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 _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changsg@hanyang.ac.kr)

[ 가치창조 07년 2월호 ]

DBE Position Paper (digital-ecosystem).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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