斷想-雜記-時論

‘IT 강국에서 SW 강국으로’?

김덕현 2005. 12. 14. 12:49

2005년 12월 8일자 전자신문(www.etnews.co.kr)에 'IT 강국에서 SW 강국으로'라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이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12월 첫 날 코엑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SW산업발전전략 보고회’에서 밝힌 SW산업 육성 비전 전략을 요약한 것인데 이와 같은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IT (Information Technology)에 대한 잘 못 된 이해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즉, 본인이 이해하는 IT는 첫째,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의 기술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둘째, IT는 이것을 활용해서 만들어 지는 정보시스템 (Information System)의 기능과 성능, 품질 등을 업그레이드 해 줄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기능(function)은 정보시스템이 제공해 주는 서비스를 말하는 것이고 성능(performance)은 속도, 처리 능력 등을, 품질은 신뢰성, 확장성, 안정성, 신축성 등의 성질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시스템은 또 뭔가? 이는 좁은 의미의 정보기술이 주는 ‘가능성’을 이용해서 개인생활, 기업활동, 정부 서비스 등을 보다 효율적,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실체’로 만든 것을 말한다. 실체로서의 정보시스템은  다시 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등 정보기술의 산물은 물론, 사람, 제도/절차, 정보/데이터 등 조직활동을 통해 집적된 산물을 대상으로 한다. 넓은 의미의 정보기술은 정보시스템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IT 강국’이라는 목표 속에는 당연히 소프트웨어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또한, 정보시스템의 다른 구성요소인 사람 (개발자, 관리자, 사용자), 제도/절차, 정보/데이터 등 측면에서도 ‘강국’이 되기 위한 전략이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는지 하는 것이다. IT를 하드웨어와 네트워크로 보는 시각에서는 기술 측면 내지는 부품 측면의 ‘강국’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스템 측면의 강국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좁은 의미에서의 IT와 이를 이용한 정보시스템 전체를 선진화하기 위한 균형있는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 


다음에 IT 내지는 소프트웨어가 공급자 입장에서의 육성 정책만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IT는 그보다 상위 수준에서 본다면 아직까지는 국가 전략이나 기업 전략을 뒷받침하는 혁신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IT의 수요자인 국가나 기업의 활용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업무방식이 선진화 되어야 IT의 선진화를 촉발하거나 뒷받침할 수 있다. 국가 전략 차원에서 IT는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산업과 기업을 육성하는 수단이 되어야 하고 기업 전략 차원에서 IT 또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IT839 정책1)은 공급자 쪽 기업에 초점을 둔 육성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실제 활용할 일반 기업에 대한 육성 방안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은 개인의 창의적 사고와 이를 확대재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 지향의 기업 문화 내지는 사회 문화가 뒷받침 될 때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다양한 요소기술 중에서 핵심기술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지만, 요소기술을 시스템으로 통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쪽에 더욱 더 많은 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학교 교육은 물론 기업의 혁신 전략과 정부의 육성 정책이 그런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IT 기술자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IT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현실을 보면 개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는 오히려 넘치는데(?)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이해해서 모델링 하고 이를 전체 시스템으로 설계할 수 있는 수준의 설계자나 아키텍트는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이 바로 그 예이다. IT를 활용하는 일반 기업의 경우, 제품의 경쟁력은 높은데 생산성이나 마케팅, 디자인 측면에서 선진 기업에 뒤지는 이유 중 하나는 IT를 활용한 기업혁신 역량의 부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IT를 IT 그 자체로서만이 아니라 국가와 기업의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경영 전문가의 육성이 필요하다.

 

(주) 1) 

8가지의 신규 서비스 (와이브로, DMB,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RFID, WCDMA, 지상파 DTV, 인터넷전화), 3가지의 인프라 (BcN, USN, IPv6), 9가지의 신성장동력 (지능형서비스 로봇, 차세대 PC, 텔레매틱스 기기, 디지털 TV/방송기기, 홈 네트워크 기기, IT SOC, 차세대 이동통신기기, 임베디드 SW, 디지털콘텐츠/SW 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