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3년 8월, 물류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국내외 경기가 모두 안 좋은 상황에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대통령과 언론의 대결 양상, 여야의 빈번한 충돌, 노사간의 대립과 파업, 더 나아가서 보수와 혁신 세력간의 논란 등이 심화되고 있으니 과연 이 긴 ‘터널의 끝’은 어디쯤일는지..
전자상거래의 구현 원리를 필자는 ‘상생(Win-Win)을 위한 근본적 변화’라고 규정하고 싶다. ‘상생’은 목표이고 ‘변화’는 전략 내지는 접근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T)이 그러한 비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전자상거래가 만들게 될 미래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구현함에 있어서 상생 원리가 적용되어야 할 대상을 세 가지 측면, 즉 전략, 인프라, 응용시스템 측면에서 살펴 보자.
우선 전략 측면에서는 (1) 소비자와 생산자, (2) 주기업과 협력기업, (3) 정부와 민간, (4) 업무(business)와 IT, (5) 제품/서비스의 흐름 (Product/Service Flow)과 정보 또는 돈의 흐름 (Information/Cash Flow) 등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요소들이다. 산업화 시대의 관행이었던 생산자 중심의 사고와 업무방식('Producer Push')은 소비자 욕구 중심의 사고와 업무방식('Customer Pull')으로 바뀌고 있으며, 종속적 관계에 있던 주기업과 하청기업들도 동반자 입장의 협력기업으로 재정립되고 있다. IT 내지는 기술자 중심의 전자상거래를 추진하면서 나타났던 문제점에 대한 반동으로 최근에는 업무 부분 내지는 실무전문가가 중시되고 있으며,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제품 중심의 흐름에 소비자로부터 생산자에 이르는 정보 중심의 흐름을 부가함으로써 기업의 총체적 가치를 향상시키려 하고 있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1) 정보의 교환/공유와 (2) 업무 프로세스의 연동이 곧 상생을 위한 장치들이다. 전자상거래에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들이 공동의 이익을 만들어 내기 위한 판단과 실행에 활용되는 것이 정보이고 이를 일관화(streamline) 된 흐름으로 만든 것이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의 정보와 프로세스에 내재된 이질성(異質性)이 극복될 때 전자상거래를 위한 기초가 만들어 진다. 이질성을 극복하는 과정에는 아직까지도 시장지배력을 중심으로 한 힘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종국에는 상호 양보에 의한 절충이 보편화 될 것이다.
응용시스템 측면에서는 (1) 기업 내부에 초점을 둔 ERP(전사적자원관리)와 PDM(제품정보관리)이 기존의 경영관리와 생산관리 관점의 기능/서비스들을 통합하고 (2) 기업 외부에 초점을 둔 SCM(공급망관리)과 CRM(고객관계관리)이 기존의 생산 프로세스에 납품업체와 소비자, 나아가서는 모든 협력 파트너들을 연계시킴으로써 (3) 기업 활동 전반의 시너지를 높이게 될 것이다.
즉, 전자상거래의 구현원리는 기업의 전략, 업무방식, 사람, 기술 등에 내재된 다양한 이질적 요소들을 공통의 이익을 향해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어 가는데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승리나 패배가 누적된다면 이는 곧 전체 시스템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잃고 결국은 공멸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상생을 위한 변화를 추진하는데는 몇 가지 행동강령이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첫째, 집단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일방적, 국지적 기준이 아니라 공통적, 전체적 기준에 입각해서 참여자들의 이해를 절충함으로써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second best)을 채택한다는 것이 당연한 일로 인식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업간 전자상거래를 구현함에 있어서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는 각종 업무/기술 표준은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최선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보편적 이해일 것이다. 둘째, 변화의 속도는 ‘느린 것이 오히려 빠른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갈등의 밑바탕을 들여다보면 궁극적인 목표는 같은데 이를 실천하는 시기 부분에서 이견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당면 과제에 대해 ‘이 일의 완료 시기를 한 달쯤, 6개월쯤 늦춘다면 도대체 무슨 심각한 문제가 생길까?’ 하는 반문을 해 보자. 셋째, leader와 follower로서의 역할 분담에 충실해야 한다. 과거의 권위주의가 무너진 자리에 상대를 압제하려는 또 다른 ‘권위주의’가 등장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Leader와 follower는 공동의 목표와 상호 존중의 정신은 공유해야겠지만 동일한 위치에서 동일한 권위(authority)를 갖고 동일한 도구를 쓰는 것은 아니다. 전자상거래의 구현 과정에서 기존 시스템은 업무 측면의 leader이고 새로운 시스템은 기술 측면의 leader가 된다. 역으로 기존 시스템은 기술 측면의 follower가 되어야 하고 새로운 시스템은 업무 측면의 follower가 되어야 한다. 절대적인 leader와 절대적인 follower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서구에서 Win-Win을 거론하기 훨씬 전에 우리는 원효의 화쟁(和爭)사상과 같은 훌륭한 정신적 기초를 만든 바 있다. 전자상거래는 물론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조화와 균형을 만들어 내는 지혜들이 모여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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