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남영신씨가 다산포럼에 올린 글로서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아서 여기에 소개한다.
내 자신도 지난 주에 있었던 토고와의 경기는 물론 19일(월) 새벽 4시부터 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프랑스와의 경기를 온 식구와 함께 보았고 이번 주말에 있을 스위스와의 새벽 경기도 어김없이 볼 예정이지만, 월드컵에 대한 나라 전반의 열기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한 가지에 쉽게 열광하는 우리 국민들, 그러다가 또 쉽게 흥미를 잃어 버리는 사람들. 그런 모습에서 희망도 가져 보지만 늘 걱정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한 컨퍼런스에서 스웨덴, 독일 등에서 오래 살다가 얼마 전에 귀국해서 대학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분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강연의 주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었지만 그 분의 말인 즉, 월드컵을 개최하고 있는 독일조차도 국가 전반에서는 차분하게 또 냉담하게 보일 정도라는 점을 이야기 하면서 우리들의 들 뜬 모습을 경계하는 것이었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 아닌지.. 그것을 즐기고 그것을 통해 가족들과 우리 국민이 하나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는 말이다.
미래를 위해 더 큰 비전을 위해 뜨거워 질 수 있는 시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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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광기’와 우리 안의 가치 찾기 | ||
우리의 이른바 ‘월드컵 광기’는 주최국인 독일에서도 볼 수 없을 정도이고, 일본과 호주 간의 경기 시청률이 일본보다 우리가 더 높았다는 것도 이상한 현상 가운데 하나이다. 세상에 호주와 일본의 중계를 보기 위해서 광화문에 수만 명이 전광판 앞에 앉아서 응원을 하다니……. 이런 모습은 분명히 독일인이나 영국인, 일본인의 시각에서 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고 지나친 일이며, 한국인은 자국의 축구 경기엔 관심이 없고 월드컵 경기만 좋아한다는 비아냥을 들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실제로 우리가 지금 월드컵 대회에 열광하고 있고, 그것이 우리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설령 방송과 기업이 자기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국민들을 선동한 면이 있다고 해도 우리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온통 비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이 안 하는 것을 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비난하고 매도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월드컵 ‘광기’를 이해하고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한국인은 무언가 자신을 온통 내맡기고 열광하고 싶은 대상을 찾고 있다. 그것이 대의명분이 있다면 더욱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특정한 일에 몰입하여 미치도록 기뻐하고 싶다. 정치, 사회, 경제 여건 등이 안정되지 않고 역동적으로 변하는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열정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바람직한 것이다. 지도자는 이런 열정을 사회 발전으로 승화시킬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국민은 지금 그런 바람을 월드컵이라는 경기에 열광하면서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한국인은 최근의 몇몇 성공을 통해서 비로소 자기의 내면에서 긍정적 가치를 발견했고 그것을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 우리의 기성세대들은 자신감 부족, 주체성 상실 등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의식을 가지고 자기 가치를 찾지 못했다. 이에 반해서 새로운 사람들은 자기의 가치를 스스로 찾고 자기 것에 대한 자긍심을 만들어 가면서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세우려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이 구체적으로 표출되는 계기가 바로 월드컵 경기에 대한 열광, 세계 야구 대회에 대한 열광, 박찬호와 박세리에 대한 열광, 한류 열풍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이런 계기를 더 많이 마련하여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그것을 극대화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우리는 공동의 목표 아래서 모두 하나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현실화할 수 있는 수단이 스포츠라는 것을 지난 2002년에 전율할 것 같은 경험을 통해서 몸으로 느꼈다. 우리 역사에서 남녀노소와 지역적 계층적 구별이 없이 온통 하나가 되었던 경우는 2002년의 경험이 유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가 가정에서 부모와 지식 간에 대화를 복원해 주었고, 각계를 넘다들며 대화의 소재를 풍부하게 제공해 주었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더 많이 누리고 싶어 한다. 불행히도 요즘의 ‘월드컵 광기’는 이 점에서 좀 문제가 있지만 아직 우리에겐 우리의 열정을 녹일 수 있는 계기가 더 필요하다. 2006년의 ‘월드컵 광기’는 우리에게 국민의 이런 열정을 한데 모아 녹일 수 있는 새로운 용광로가 필요함을 암시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월드컵 광기’를 단순히 ‘외국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광기’라고 비난하고 지나친다면 이 현상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전혀 없고 다만 자신에 대한 비하의 목소리만 낭자하게 된다. 우리는 국민의 열정이 월드컵 대회를 계기로 하여 무엇을 찾아 어떻게 분출되고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여 우리 내면의 가치를 승화시키는 방법을 진지하게 찾아야 한다. 우리의 ‘월드컵 광기’가 주는 메시지에 우리 자신이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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