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니스

e-비즈니스 10년의 공과(功過)

김덕현 2006. 7. 18. 22:32

아래는 한국경제연구원 (KDI)이 발간하는 '나라경제' 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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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10년, 功過와 과제는?

- 산업경제 측면에서 -


■ 들어가는 말


   인터넷이 상용화 된 1993년 이후 현재까지 인터넷과 웹 기술은 개인의 생활방식은 물론, 모든 경제주체의 업무방식을 급격하게 바꾸어 놓고 있다. 10~20년 전에는 아주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생각되었던 일들, 예를 들면, 인터넷을 이용한 쇼핑, 뱅킹, 교육, 의료, 조달, 판매, 민원처리 등이 이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또,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고객 기반과 시장을 가진 오프라인 기반의 기업을 제치고 새로운 사업 모델로 무장한 온라인 기업이 커다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오프라인 기반의 월마트가 100억불 규모의 거래를 만드는데 대략 25년이 걸렸음에 반해 온라인 기업인 eBay는 불과 7년이 걸렸을 뿐이다.

   인터넷의 보편화에 따라 등장한 전자(상)거래1)는 과거 개인, 기업, 정부 등 거래당사자들이 겪어야 했던 시간과 공간상의 제약을 훨씬 가벼워진 가운데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하다면)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상품/서비스의 구매/판매, 파트너와의 협업 등을 처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난 10여 년의 역사를 통해서 전자(상)거래는 이미 개인생활의 편이성 향상, 기업의 경쟁력 강화, 정부 서비스의 효율과 품질 향상, 나아가 투명하고 공평한 사회 건설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자(상)거래는 정책적, 경제적, 사회적 요구의 고도화와 전통적 정보기술은 물론 유비쿼터스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힘입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2).

   한편, 전자(상)거래는 여전히 기술적, 업무적, 제도적 장애 요인이 남아 있는데다가 전자(상)거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추진전략 상의 오류로 인해 보다 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1) 여기에서 전자거래 (e-비즈니스)는 기업이 인터넷을 포함한 전자적인 수단을 통해 제품/서비스를 구매/판매하는 것은 물론, 내/외부 파트너와의 협업(collaboration)하는 것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이런 점에서 전자상거래 (e-커머스)는 제품/서비스의 구매/판매에 초점을 둔 초기의 e-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1) IDC는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2002년 9,360달러, 2003년 1조 6천억 달러, 2007년 7조 달러에 이를 것이며 연 평균 50% 이상의 성장세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전자(상)거래 10년의 주요 성과


   전자(상)거래는 일반적으로 기업에게는 (1) 내부 업무의 효율을 높여 주고 (예: 비용 절감, 시간 단축, 생산성 향상) (2) 외부의 고객과 시장에 대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며 (3) 기업 가치사슬 전반의 성과를 높여 주는 수단이 된다. 고객/소비자에게 전자(상)거래는 필요한 상품/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혀 준 가운데 보다 싸고, 신속하며,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해 준다. 또한, 사회 전반에서 보면 전자(상)거래는 (1) 물리적 이동 필요성을 줄임으로써 비용/에너지를 절감하고 삶의 질을 높여 주며 (2) 경제적/사회적/국가적 격차를 좁힘으로써 보다 공평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고 (3) 공공 서비스의 질적, 양적 확대를 가능하게 해 준다.


   우리나라가 지난 10여 년 동안 전자(상)거래를 도입, 적용함으로써 이룩한 주요 성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 온라인을 통한 거래 비율의 지속적 증가로 기업 활동의 효율성, 투명성과 고객/소비자의 편의성 향상

     - 비율 (2000~2005, %): 4.5→ 9.1→ 12.8→ 16.7→ 19.1→ 21.0

     - 금액 (2000~2005, 조원): 58→ 119→ 178→ 235→ 315→ 358

  ▷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가진 ‘전자(상)거래 서비스 산업’의 등장, 성숙

     (예) 옥션 경우, 2005년 말 매출액 1,581억원, 영업이익 418억원;

          MRO 관련 B2B e-마켓플레이스의 성장

  ▷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

     (예) 협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통합 (예: 삼성전자, LG전자),

          실시간기업 (RTE3)) 구축 (예: 동부그룹, 만도, 포스코, KT),

          프로세스 혁신 및 BPM4) 구축 (예: 포스코, 현대자동차, INI스틸)

  ▷ 중소기업의 업무혁신 역량 증대

     (예) ERP 구축 기업 수 증가, ASP5)를 이용한 업무정보화 확대

  ▷ 전자(상)거래 인프라와 응용 분야의 고도화 및 확대

     (예)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전자조달 시스템 (‘나라장터’) 운영;

          e-러닝, e-헬스케어 산업의 신장

 

3) 기업의 핵심 업무 수행에 필요한 정보의 수집/분석, 판단, 실행 과정이 시간적 지체 없이 이루어지는 기업

4) Business Process Management: 일련의 활동으로 구성된 업무 프로세스의 모델링, 자동화 실행, 모니터링, 분석 및 최적화 등을 지원하는 기술 또는 소프트웨어를 가리킴 

5) Application Service Provider: 고가의 구입, 설치, 유지 비용이 필요한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서비스 형태로 임대, 사용하게 해 주는 사업자


 

■ 전자(상)거래 추진 상의 문제점과 대책


   전자(상)거래가 더욱 더 빨리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지적되어 왔다.

   o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 된, 표준 프레임워크 미흡

   o 인터넷 & 초고속 통신망 등 기술적 인프라 불충분

   o 새로운 기술(특히, SW)과 기존 기술 간의 상호운용성 미흡

   o 웹 서버, 네트워크 서버 등의 장비와 미들웨어 등 신규 투자 필요

   o 보안 (기밀성 유지와 프라이버시 보호) 수단 취약

   o 전자(상)거래 자체와 거래 상대방에 대한 신뢰 기반 미흡

   o 전자(상)거래의 확산을 저해하는 각종 제도 및 정책 존재

   o 변화관리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론 불충분


   우리나라에서 전자(상)거래가 더욱 더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근본 원인 중 하나는 전자(상)거래에 대한 잘 못 된 이해가 존재하는데 있다고 본다. 즉, 전자(상)거래는 기업의 업무혁신 ‘전략’이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시스템’이면서 새로운 ‘기술’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함으로 인해 국가/기업의 정책/전략을 수립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잦은 시행착오가 생긴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는 국가/산업/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국민의 복리 증진을 기하기 위한 전략이다. 시장, 고객, 기술 등의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지만 정책/전략의 기조는 유지되어야 한다. 일관성 없는, 일과성의 전략으로는 투자 대 효과를 높이기 어렵다.

   전자(상)거래 전략은 여러 가지 기술 요소들과 사람, 절차 등이 어우러진 시스템으로 실체화 된다. 하나의 시스템은 (1) 각 구성품들이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통합되어야 하며 (2) 사람과 제도/문화 부분에 대해서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 변화를, (3) 기술 부분에 대해서는 기존(legacy) 시스템에 대한 투자 보호와 상호운용성의 보장을 감안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자(상)거래라는 시스템을 단기간 내에, 국부적으로, 사람보다는 기술 관점에서 구현할 경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전자(상)거래는 첨단 정보기술이라는 enabler에 의해 시작되고 확산되었다. 그러나 기술은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고 시스템의 구성요소일 뿐이라는 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시스템은 ‘기술의 적용’이 아니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구축되어야 한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 내지 고도화를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략, 시스템, 기술 측면의 포괄적 접근이 필요함은 물론, 조직문화, 교육훈련, 예산, 규정/지침, 추진조직, 기술, 프로세스 등6)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종래의 종이 중심의 업무처리 방식을 선호하고 투명하지 못한 거래 관행을 견지하려는 조직문화가 타파되지 못할 때 전자(상)거래의 고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교육훈련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전략, 시스템, 기술에 대한 균형 있는 지식과 경험을 담아서 기획/계획자, 개발자, 관리자, 사용자 등을 대상으로 장/단기적 목표 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 예산은 전자(상)거래를 적용하는 일반기업 (또는 ‘사용자 기업’)을 지원하는 쪽에 우선 배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 다음에 솔루션 기업의 육성이나 국가 차원에서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하는데 배분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제품/서비스의 혁신이나 시장개척에 못지않게 전자(상)거래의 고도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한다. 글로벌 선진기업은 제품/서비스의 우위는 물론 전자(상)거래에서도 선진기업이기 때문이다. 규정/지침 즉, 법/제도는 디지털 경제 체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틀에 따라 계속적으로 제/개정 되어야 한다. 전자(상)거래의 추진조직은 물리적으로는 분산되어 있더라도 논리적으로는 통합되어야 한다. 즉, 부처별/부문별로 각개 약진하는 식의 추진체제로는 전자(상)거래라는 복합체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없다. 기술은 기회 요인인 동시에 이를 적시에, 효과적으로 적용하지 못 할 경우에는 위협 요인이 된다. 따라서, 전자(상)거래를 추진함에 있어서는 늘 신기술의 동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핵심기술을 확보해 가면서 경제적, 운용적(operational) 타당성이 입증되는 시기에 이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자(상)거래는 1차적으로는 정보를 공유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2차적으로는 업무 프로세스를 일관화 내지 통합하기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업무 프로세스는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통로가 되는 것으로서 이에 대한 정비가 없다면 필요한 정보의 원활한 공유를 기대할 수 없다.

 

6) 여기에서 언급한 7가지 요소는 1998년, 미국 국방부가 방위산업체와의 정보 공유를 위해 정의한 CODE (Common Operating Digital Environment) 프레임워크의 구성요소들이다.


■ 전자(상)거래의 고도화를 위한 정책 측면의 제언


   첫째, 현재의 e-비즈니스와 향후 추진하게 될 u-비즈니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아키텍처가 우선 설정되어야 한다. 이는 산업/기업 차원의 아키텍처로 연계되어야 하고 운용/시스템/기술 구조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와 같은 아키텍처는 범부처적인 추진체제를 마련하고 중장기 투자 재원을 확보, 배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u-비즈니스를 기존 e-비즈니스에 대한 기술 중심의 혁신이라고 볼 때 두 전략과 시스템은 반드시 연계되어야 한다.

   둘째, e-비즈니스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보호가 확대되고 지속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B2C/B2B e-Marketplace에 대한 조세 감면이라든지 소비자 보호 등이 계속해서 개선, 발전되어야 한다.

   셋째,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 촉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육성 또한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최근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이는 기업/산업의 수직적 가치사슬에 대한 통합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바, 전체 기업의 수평적 내지는 네트워크 형태의 통합도 추진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핵심역량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역동적 가상기업의 멤버가 됨으로써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e-비즈니스 솔루션 기업의 육성 또한 필요하다. 특히, 제품보다는 솔루션에 초점을 둔 글로벌 기업을 육성,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전자(상)거래 정책은 이제 수요자 및 시장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하고 일관성 있는 장기 목표 하에서 핵심 분야의 선택 및 집중 투자와 산업 전반의 균형 발전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요구된다.


작성자: 세종사이버대학교 김덕현 교수/ 한국전자거래학회 수석부회장

         (email: dhkim@sjcu.ac.kr)